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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동 순방: 6,000억 달러 투자 유치와 미국 영향력 복원 시도

by IPI 2025. 5. 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한다. 이번 순방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중동 방문으로, 경제 협력 강화와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 회복을 위한 중요한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6,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스라엘 방문이 제외된 점도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1. 순방 개요와 목적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은 2017년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 이는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전략을 반영한다. 주요 순방 목적은 다음과 같다:

  • 경제 협력 강화: 에너지, 인공지능(AI), 인프라, 방위산업 분야 투자 유치
  • 안보 동맹 재구축: 반중국, 반이란 전선 형성 및 걸프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 강화
  • 미국의 중동 영향력 복원: 바이든 행정부 시기 약화된 미국의 지역 내 위상 회복

순방 일정 중 가장 주목받는 행사는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국-걸프 투자 정상회의'다. 이 행사에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마크 저커버그(메타) 등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2. 6,000억 달러 투자 정상회의

사우디아라비아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미국에 6,000억 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규모 투자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 집중될 전망이다:

주요 투자 분야

  • 에너지 전환: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
  • 디지털 인프라: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공급망
  • 방위산업: 사우디 '비전 2030'과 연계한 무기체계 공동개발 및 기술 이전
  • 스마트시티: 네옴(NEOM) 등 사우디 미래도시 프로젝트에 미국 기술 도입

이 투자 계획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석유 의존 탈피 및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와 미국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술 수출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사우디는 경제 다각화와 첨단 기술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이스라엘 방문 제외의 정치적 함의

이번 순방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는 이스라엘 방문이 제외된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키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스라엘 제외 배경

  • 가자지구 전쟁 여파: 2024년부터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화됨
  • 정치적 계산: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대인 로비보다 석유 자본 확보를 우선시
  • 중동 판세 재편 시도: 이란-사우디 갈등 완화 움직임과 맞물린 외교 전략 재조정

트럼프는 최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실망감을 표출하며, 가자지구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5월 10일에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중단을 발표했으며, 이에 후티 반군은 상선 공격 중단을 약속했다.

이는 이스라엘 없이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후티 반군 등과 별도의 외교를 추진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변화를 보여준다.

4. 바이든 정책과의 차별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과 여러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안보 협력 측면

  • 바이든: '탈중동' 기조 하에 중국, 러시아 견제에 집중
  • 트럼프: 중동 '동맹 재정비'와 이란에 대한 '포괄적 압박' 재개

경제 접근 측면

  • 바이든: 인권 조건부 지원과 기후변화 대응 중심
  • 트럼프: 실리 중심 투자 유치와 미국 기술력-걸프 자본 결합을 통한 중국 견제

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의 중동 영향력은 상당히 약화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며 중국, 러시아로 외교를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트럼프는 이러한 상황을 뒤집고 미국의 영향력을 복원하려는 시도로 이번 순방을 활용하고 있다.

5. 향후 전망과 과제

트럼프의 중동 순방은 미국의 외교 전략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여러 도전과 변수가 존재한다:

에너지 변수

  • 이란-이스라엘 긴장 지속 시 유가 변동성 확대 예상
  • 사우디의 석유 감산과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정책 간 조율 필요

지정학적 리스크

  • 친이란 무장단체(헤즈볼라, 후티)의 도발 가능성 상존
  • 사우디-이란 경쟁 속에서 미국의 동맹 관리 난항 예상

성공 조건

  • 단기적 계약 체결을 넘어 미국-걸프 간 기술 이전 및 일자리 창출 필요
  • 6,000억 달러 투자가 실제 미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 입증 필요

이번 순방은 미국의 중동 복귀를 선언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경제적 실익 창출과 안정적 동맹 유지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바이든 시대의 영향력 약화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은 단순한 외교 일정을 넘어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재편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6,00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투자와 이스라엘 방문 제외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리적 경제 외교를 우선시하며 중동 정책을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미국과 걸프 국가들 간의 경제·안보 협력이 어떻게 발전하고, 이스라엘 및 이란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주목된다. 트럼프의 '거래주의' 외교가 복잡한 중동 정세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