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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o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현실주의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다

by IPI 2025. 5. 2.

2025년 4월 30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역사적인 광물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 전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3년째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념보다는 실용을 앞세운 현실주의적 접근법을 택했다.

협정의 탄생 배경: 험난했던 협상 과정

이 협정은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5년 2월 28일 예정됐던 첫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와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격렬한 논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 중 일부를 상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젤렌스키는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두 달간의 추가 협상 끝에 양측은 과거 지원금 상환 조항을 제외하고, 미래 지향적인 공동 투자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정의 핵심 내용: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된 이 협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광물 자원 공동 개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풍부한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얻게 된다. 여기에는 석유, 천연가스, 알루미늄, 세슘, 사마륨, 우라늄, 티타늄, 금, 흑연, 백금 등 50개 이상의 전략적 자원이 포함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유럽 최대 규모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어, 미국에겐 매력적인 자원 확보 기회가 된다.

2. 50:50 공동 투자 구조

이 협정의 특징은 양국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50:50 비율로 투자 기금을 공동 관리한다는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진정 평등한 협정"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의 일방적인 원조 방식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도 동등한 책임과 권리를 갖는 구조다.

3. 군사 지원의 투자 전환

향후 미국의 군사 지원은 이 기금에 대한 투자로 간주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투자 중심 외교'의 핵심을 보여준다. 단순한 원조가 아닌,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략적 의미: 왜 광물 협정인가?

1. 대중국 견제 전략

희토류는 첨단 산업과 군사 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 협정을 통해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2. 경제적 실익 추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경제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이 협정은 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전략적 자원 확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한다.

3. 평화 조성의 경제적 기반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재건을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인 평화 기반을 마련한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우크라이나 경제에 실질적인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단순한 군사적 지원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현실주의적 외교 전략

1. 이념에서 실리로의 전환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 vs 권위주의'라는 이념적 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봤다면, 트럼프는 철저히 실리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상실된 영토 회복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대신 경제적 협력을 통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했다.

2. 유연한 협상 전략

트럼프는 러시아와도 직접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 최근에는 "푸틴이 민간 지역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러시아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해 균형 잡힌 모습을 보였다.

3. 동맹 관계의 재정의

트럼프는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책임 분담을 요구한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호혜적 관계를 추구하는 것으로, NATO 중심의 기존 동맹 체제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비판과 우려: 현실주의의 그늘

물론 이러한 접근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1.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 우려

일부에서는 이 협정이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를 이용한 '자원 거래'라고 비판한다. 특히 명시적인 안보 보장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2. 러시아에 대한 양보 가능성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영토적 양보를 요구하는 평화안을 제시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는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3. 국제 질서의 변화

트럼프의 현실주의적 접근은 탈냉전 이후 지속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국제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앞으로의 전망: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은 21세기 국제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이념적 대립보다는 실용적 협력을, 일방적 원조보다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이 접근법은 향후 국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장기화된 분쟁 해결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군사적 대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국제 문제에 대해, 경제적 협력과 실리 추구라는 현실주의적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국제법의 원칙 등 지켜야 할 가치들도 있다. 하지만 3년째 계속되는 전쟁의 종식과 지속가능한 평화 구축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서는, 때로는 이상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트럼프의 광물 협정은 그런 의미에서 비판받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국제 사회는 이제 이러한 현실주의적 접근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며,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